겨울 애도

Winter Mourning

2021|한국, 미국|18분|극영화 |전체 관람가

감독

윤다희 (YUN Dahee)

언어

한국어, 영어

자막

한국어, 영어

※ 모든 상영작은 결제 후 12시간 동안 관람 가능합니다.


프로그램 노트

〈겨울 애도〉는 미국 이민자 진희의 스산하고 고독한 마음의 풍경을 따르며 그녀의 꿈과 현실 그 사이 어디쯤으로 우리를 선연히 데려갈 것이다.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의 시러큐스. 그 언 땅 위로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눈을 머금은 숲, 진희가 저 멀리서 우리 앞으로 걸어온다. 서정 어린 이 몽환의 순간은 인정사정없이 치고 들어오는 옆방의 소음으로 오래 가지 못한다. 잠에서 빠져나온 진희가 마주해야 할 현실은 눈이 쌓인 숲보다 더 냉랭하고 서정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무감한 세계다. 한식당에서 일하는 진희. 그녀의 신상과 취향을 품평하기 바쁜 동료들은 그녀의 삶에는 관심이 없다. 악의는 없다지만 이런 말들에 진희는 불편하고 피곤해진다. 손님들의 대화에선 어느 대학 화장실에서 불법 동영상 촬영 카메라가 발견됐다는 얘기까지 들려온다. 한국에서 온 이혼한 여성이 미국에서 홀로 살아갈 때 어떤 말들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가를 단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둘러싼 불안한 소리와 달리 유일하게 진희를 흔들어 깨워 움직이게 만드는 소리가 있다. 식당 주변과 숙소 근처에서 어렴풋이 들려오는 고양이 울음소리다. 소리만 들릴 뿐인데 정말 고양이가 있긴 한 걸까. 길에서 나야 할 겨울은 괜찮은 걸까. 진희는 소리를 따라 고양이를 찾아 헤맨다.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존재, 있지만 없는 것처럼 취급되는 존재, 그녀 자신의 처지와 닮아 있는 고양이를 찾아서. 오직 그것만이 지금의 진희에겐 의미가 있다는 듯이. 그리하여, 왔던 길을 되돌아가듯, 숲속으로 깊이 들어가 멀어지는 진희의 뒷모습은 어쩐지 애처롭고 처연하다. (정지혜)

감독

윤다희 (YUN Dahee)

양박사의 밀실 The Cabinet of Dr.Yang (2020)
그래, 나 페미니스트야 Yes, I Am a Feminist (2018)
알다가도 모를 Known, Unknown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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