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익숙함

Unfamiliar Familiar

2021|한국, 스위스|28분|극영화|전체 관람가

감독

신해섭 (SIN Hae-Sup)

언어

한국어, 독일어

자막

영어

※ 모든 상영작은 결제 후 12시간 동안 관람 가능합니다.


프로그램 노트

익숙하다는 이유로 잊고 살았던 소중한 것들이 있다. 흔히 ‘일상’이라 부르는 지극히 사소하고 소소한 것들, 그리고 가족. 〈잊혀진 익숙함〉은 일상과 가족이 한순간 낯설어졌을 때를 담담히 마주하며 그 잊힌 것들을 다시 기억하고 환기해 보자 한다. 영화는 코로나19로 일상의 풍속도가 완전히 바뀌어 버린 지금 이 시대를 생생하게 그리며 시작한다. 결혼해 스위스에 이민을 간 상화는 엄마의 부고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한국을 찾는다. 장례는 끝난 뒤지만, 상화는 엄마 없는 엄마 집에서 자가 격리를 하며 엄마를 떠나보낼 준비를 한다. 아직도 집안 곳곳에는 엄마의 온기와 흔적이 있다. 엄마가 자신 몫으로 만든 김치를 보고 있자니 상화는 사무치는 그리움과 한탄으로 울음이 터진다. 이제 막 애도의 시간을 가지려는 상화 앞에 동생 상욱과 그의 아내 선영은 엄마 집을 처분하는 문제를 꺼내며 상화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든다. 서러움과 화가 북받치는 상화. 그 앞에서 애매한 태도를 보이는 상욱. 〈잊혀진 익숙함〉은 이 순간, 남매 사이의 갈등을 고조시켜 파탄 난 가족극의 슬픈 말로를 보여주는 대신 의연하게 두 사람을 마주 앉힌다. 상화가 상욱을 불러 세워 엄마 집으로 이끌더니 엄마표 김치로 만든 한 상을 차려낸다. 이것은 부재한 이가 살아 있는 이들에게 남겨준 너른 품, 그 덕에 남은 자들이 누리는 귀한 덤이다. 그 순간, 이민 초 상화가 엄마에게 보낸 애틋한 편지가 상화의 옛 목소리를 빌려 날아든다. 가족의 이민과 이산의 역사가 현재의 시간과 만나며 겹겹의 그리움이 돼 돌아온다. 찌개의 온기로, 다시 읽는 글귀로 잊힌 것들은 되살아나 기억이 될 것이다. (정지혜)

감독

신해섭 (SIN Hae-Sup)

안나동무 Comrade Anna (2019)
요리 YORI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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