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감정들은 이성애중심주의, 가부장제적 세계 안에서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 혹은 설명 될 수 없는 무언가가 된다. 그것은 우울, 분노, 고독으로 치환되거나 대체된다. 퀴어는 이성애중심주의와 가부장제 안에서 소위 정상적인 성애의 방식, 사랑의 방식, 신체를 규정짓는 방식에 복속되지/하지 않는 존재 혹은 그러한 형용사이자 동사이다. 그렇다면 퀴어는 슬픔의 감정들과만 관련되어야하는가? 레즈비언 시인 에이드리언 리치는 여성으로서의 삶과 여성 연인과의 감정들을, 그 고저들을 섬세하게 사유한다. 이 작품은 에이드리언 리치의 구절들을 따라가며 퀴어 슬픔의 감정에서 기쁨의 감정으로 나아가는 길을 찾는 여정이다. 그리고 그 도구로, 감정이 일종의 움직임이라는(E-montion)이라는 가정 하에, 춤을 가져왔다. 춤은 정제된 방식의 몸의 움직임을 통해 정신과 감정을 다룬다. 우리는 춤을 통해 부정적인 감정들을 긍정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춤과 노래와 행진이 어우러진 프라이드 퍼레이드는 감정의 움직임의 연장선에서 기쁨을 생산하는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춤과 시(詩)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그리고 사회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상상한다. 퀴어는 유령과 보이지 않는 이미지들을, 색의 스펙트럼, 픽셀들로 이미지화되는데, 이는 명확하게 규정되거나 명명할 수 없는 퀴어의 속성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작품은 한편으로 퀴어의 잠재성을 긍정하는 의미를 담고자 했다. 비정상적인, 이상한 퀴어의 E-motion은 우리가 기쁨으로 바꿀 수만 있다면, 그것은 그저 자기만족적인 위로가 아니라, 다른 삶을 범람시킬 수 있다. 이는 그들의 너무나도 이성애적이고 가부장적인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안에서 태어난 모든 이들까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힘이 있지 않을까?
현장스틸컷 : 2020 ARKO Creative Academy / ⓒSang Hoon 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