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에게서 쓸모를 찾아낸 수진과 자신이 놓인 자리와 쓸모에 동력을 찾은 윤영. 상처만 남은 자리처럼 보이지만 실상 그들이 가장 간절하게 욕망하던 것들이 채워진 이야기.타인의 일렁이는 감정에 기어이 빨대를 꽂아야만 하는 수진은 그 행동 자체로 그녀가 얼마나 텅빈 사람인지 느껴진다. 자신 안에서 아무것도 길어 올리지 못하는 수진에게 윤영은 얼마나 뜨겁고 비밀스러운 보물일까. 싫어하는 게 분명하고 좋아하는 것들은 자주 바뀌는 윤영이를 보며 수진은 그쪽으로 헤엄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윤영은 공허하다기 보단 부유하는 사람, 설령 부서지더라도 자신의 자리에 놓인 채 쓸모를 다 하는 기왓장이 부러운 사람이다. 즉, 상처를 받더라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 곁에 존재하고 싶어한다. 어쩌면 그러한 욕구가 수진 곁으로 이끌진 않았을까? 윤영은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진의 욕구와 자신의 욕구가 딱 맞는 퍼즐이라는 것을. 짐짓 모르는 척하며 그 자리에 기왓장이 되어준 윤영은 수진이 부서뜨린 덕분에 다시 글을 쓰게 된다.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이 분명한 윤영에겐 행복한 순간보다 상처가 더 분명한 동력이 되니까.그렇게 서로는 서로에게 뮤즈가 된다. 우정과 사랑, 기쁨과 상처를 넘어선 어떤 자극이 되고, 자극은 동력이 되어 둘은 다시 제대로 작동하기 시작한다. 공허한 수진과 부유하던 윤영은 서로에게 동력이 되어 다시 움직이고 살아간다. 이걸로 된 거 아닌가. 그게 산다는 거니까.

닉네임 랄라Lee | 작성시간 2025-03-20 15:54:58| ⭐만족도 10| 🦾성평등 지수 10| 👥다양성 지수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