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 택시 운전사인 희영은 오래 전 친구인 미주를 승객으로 만나게 된다. 미주는 희영을 기억하지만, 희영은 미주가 마스크를 쓰고 있기 때문에 알아보지 못한다. 하지만 희영은 자신을 만나 너무나 기뻐하는 미주를 보며 기억이 나는 척 연기한다.
프로그램 노트
장려상 수상작 <미주> 심사평. 윤단비 감독 영화 <미주>는 택시 운전을 하는 ‘희영’과 택시에 탑승한 승객 ‘미주’의 연대를 다룬 작품이다. ‘희영’은 자기가 기억나지 않느냐며 반가움을 표하는 ‘미주’에게 당황스러움을 느끼지만 이내 그녀를 기억하는 척 호응한다. 둘 사이의 대화에서 ‘희영’에게도 ‘미주’에게도 현재 처한 삶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개인사를 얘기하는 ‘미주’에게는 어딘가 미스테리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Covid19를 통과하고 있는 현재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마스크를 쓴 두 사람 각각의 마스크가 벗겨지고, 그녀들의 얼굴이 드러날 때마다 이야기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드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택시 안에서의 상황이 주를 이루는 이야기가 느슨해지지 않는 것은 관계가 변하는 순간과 이후의 긴장감에 있다. 마스크 너머의 상대에게 무감해지는 세태와 패배의식이 감지되는 작품들 사이에서 이 작품이 빛나는 것은 ‘희영’이 ‘미주’를 ‘모른 척’ 하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미주’가 기억나지 않는 ‘희영’은 그럼에도 ‘미주’를 모른 척 하지 않고 다가간다. 그리고 그 작은 호의와 온기는 한 사람을 구해 낸다. 연대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지나치지 않는 데에 있음을 얘기하는 작품.
연출의도
COVID-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접촉'이 중요한 키워드가 됐다. 무엇이 우리를 접촉하지 않게 하고, 무엇이 우리를 접촉하게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이 시나리오를 만들게 됐다. 우리가 접촉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다른 이의, 그리고 나의 생명을 살리기 위함이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살리기 위해서 우리는 필연적으로 접촉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