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려상 수상작 <영숙> 심사평. 신아가 감독
<영숙>은 조선최초의 경제학사였던 최영숙의 생애를 그린 애니메이션이다. 9분여의 짧은 러닝타임에 영숙의 전 생애에 걸친 서사가 모두 얘기되어진다. 9분이라는 시간에 어떻게 그녀의 모든 이야기가 들어갈 수 있었을까. 가능하다. 전 생애라 하기엔 너무도 짧은 27살이라는 나이에 생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중국과 스톡홀름에서 유학하고 돌아온 경제학사 영숙은 조선도 여성과 노동자가 권리를 인정받는 나라가 되길 꿈꿨다. 그러나 5개국어(영어, 스웨덴어, 중국어, 독일어, 일본어) 구사능력을 지녔던 그녀는 결국 일자리를 얻지못해 콩나물, 미나리, 배추 등 부식을 팔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고생 끝에 향년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당시 영숙은 임신중이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현재를 돌아보고 미래로 나아간다. 암물했던 일제시대에 맨손으로 항거했던 여성들의 서사는 더 많이 발굴되고, 회자되어야 한다. 올해로 2회를 맞은 벡델데이는 한국영화에서의 양성평등과 다양성 확대라는 목표아래 단편영화를 공모했다. 수많은 영화중 <영숙>을 수상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이 영화를 만든 라정인 감독의 말로 대신하고자 한다. “최영숙(1906~1932)을 기억하자. 가십이 아닌, 일생을 바쳐 시대에 정면으로 맞섰던 삶의 주인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