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를 빙자한 백수인 ‘나’는 우울하다. 애매한 나이에 실패해서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엔 늦은 것 같다. 주로 집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데, 무언가 해야 한다는 초조함과 이미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는 낙담으로 견뎌야 하는 하루가 너무 길어 괴롭다. 해가 뜨고 질 때까지 요리를 하고 나를 먹이고 치우는 것으로 시간을 때우고, 그래도 시간이 남으면 내일은 뭘 먹을지 계획을 세운다.
‘먹고 사는 문제’는 중요하고, ‘무엇’으로 먹고 사느냐는 더 중요한 문제다. 그 과정에서 ‘나’는 여러 시도와 도전을 했지만 작은 실패들을 겪었고 그로 인해 때로는 포기를 선택하기도 했다. 누군가 “어떻게 지내냐” 묻는다면 “그냥 존재하고 있다”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존재’만을 위해서도 힘은 들기 마련이고, 이왕이면 잘 존재하고 싶기도 하다.
끼니때마다 정성스레 요리를 하는 ‘나’를 보며 지금의 ‘우리’를 떠올려본다. 노력과 열정만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너무 어려운 세상에서, 작지만 즉각적인 성취를 생각해내야 하는 세대. 뭔가를 계속 하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는 것보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게 훨씬 경제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게 된 세대. “패배감으로 청춘을 견뎌내는 나의 하루를 영화로 담아냈다”는 감독의 말을 보고 생각한다. ‘해피해피’할 수 있는 시간이 ‘쿠킹타임’을 넘어 삶 전체로 확장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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