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수영교실에서 물안경을 잃어버려 곤욕을 치른 후 지영에게 물은 공포의 대상이다. 성인이 된 지금도 물 속에서 눈을 뜨지 못하는 지영은 기말 수영시험과 진로를 두고 불안하기만 하다. 과외를 가르치던 조숙한 여고생 수경에게 물안경이 있음을 알고 빌리려 하지만 빌려주기로 약속한 날 수경은 집에 없다. 별러오던 가출을 감행한 수경은 그날 밤 비가 오는 옥상에서 비상을 꿈꾸고, 지영은 자신의 꿈 속에서 아직도 눈을 뜨지 못한 채 물 속에서 헤매고 있다.
각자 취업과 입시를 눈 앞에 두고 있지만, 사실 지영과 수경은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다. 누구나 한 번 쯤 느낄만한 '길을 잃어버렸다'는 아득한 기분. 영화는 그 막막함과 두려움을 물안경 없이 들어간 물 속에서 느끼는 차가운 느낌과 병치시킨다. 내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는 그래서 더 숨이 죄여오는 것 같은 공포는 지영과 수경의 모습이다.
스릴러 <해빙>과 <4인용 식탁>을 연출한 이수연 감독의 초기 단편. 눈에 보이지 않는 공포의 공기를 스크린 속에 불어넣는데 탁월한 그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 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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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회 후쿠오카 아시아 영화제 상영작(2001, 일본) 제3회 부산독립영화제 공식상영작(2001, 대한민국) 제3회 타이베이 영화제(2000,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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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7회 부산국제단편영화제 은어상(2000, 대한민국) 제26회 서울독립영화제 새로운 도전(극영화) 부문 우수작품상(2000,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