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실에 찬물밖에 나오지 않는다며 짜증내는 동생, 서늘한 집안 분위기에 눈치만 보다 원하는 대로 치킨을 주문하지 않았다고 투덜대는 언니, 이들 모두에게 시큰둥한 엄마. 평범해 보이는 세 모녀에게서 은밀한 갈등이 느껴진다. 다음날 새벽, 자매는 먼 동네로 목욕을 나서지만 머쓱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이들은 왜 이리 이른 시간에, 이리 멀리까지 목욕을 가게 된 걸까.
극 초반, 가족들끼리 주고받는 한마디 한마디가 마음처럼 전달되지 않고, 묘하게 겉도는 느낌에 왠지 모를 불편과 불안감이 묻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무뚝뚝한 음성 속에 ‘나는 너를 지지해’라는 메시지를 전하려 고군분투 하는 언니, 겉으론 툴툴대면서도 언니가 내미는 손을 거절하지 않는 동생. 극이 진행될수록 투박하고 서투르지만, 그 속에 녹아있는 뭉클한 화해와 배려의 기운이 온 몸과 마음을 감싸안는다. 가족이란 이런 것이었지, 결국에는 기어이 미소를 짓게 하는 따뜻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