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변두리의 삼류영화관 매점 점원이면서 매표원인 강정자는 서른을 넘긴 노처녀다. 오늘은 맞선 볼 남자가 방문하기로 약속한 날이다. 한가하고 지루한 영화관에서 그는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기다린다. 극장 앞을 한 사내가 지나가고 여자는 무작정 따라간다. 거리에는 비가 내리고 그녀는 온 몸이 젖는다. 하지만 사내를 놓치고 극장으로 돌아와 보니 한 남자가 비에 젖은 가발을 털고 있다.
임순례 감독의 초기 단편인 <우중산책>은 지하 소극장에서 일하는 한 여성에 대한 이야기다. 옛 극장의 정취와, 비오는 거리, 그리고 디지털로 복원된 필름이 주는 거칠고 소박한 느낌을 한가득 느끼기에 이보다 적합한 영화가 있을까. 꾸밈이 적은 자연스러운 화면 속, 비를 맞으며 누군가를 찾는 주인공 강정자의 하루를 함께 따라가보자.
1960년 인천출생. 한양대 영어영문학과 졸업후 한양대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수료를 거쳐 프랑스 파리 제 8대학에서 영화학 석사 취득하였음. 귀국후 <세상밖으로> 스크립터를 거쳐 1994년<우중산책>으로 제1회 서울단편영화제 대상 수상 후 1996년 <세친구>로 데뷔, 이후 <우리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등을 연출하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