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여름. 방직 공장에서 일하고 있는 설란은 공장 맞은편 사진관 주인인 석윤에게 다른 여공들과 함께 사진을 배우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폐쇄적이던 석윤도 여공들에게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지만, 그들이 도모하는 노동 운동에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푸르른 날에>는 1978년 인천 동일방직의 ‘똥물사건’을 배경으로 흘러간다. 그 당시 사건을 증명하는 건 단 한 장의 사진이었다. 그리고 그 사진은 기자도, 경찰도 아닌 공장 맞은편 사진관 주인이 남긴 것이었다. 영화는 경찰의 폭력, 똥물을 투척하는 장면, 공장에서 내쫒기는 노동자 등 그 당시 벌어졌던 야만의 풍경을 직접 재현하지 않는다. 설란과 사진관 주인, 그리고 설란 친구들의 일상을 통해 그 시절 그 시간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한다. 이들이 놓인 상황을 서서히 풀어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