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아무도 없는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서진은 유진과 처음으로 마주친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버튼이 층마다 눌려 있고, 서진은 유진에게 질문을 건네지만 유진은 아무 대답이 없다. 짜증이 난 서진은 눌려진 버튼을 모두 꺼버리고 내린다.
다음 날, 5층에서 행패를 부리는 남자를 본 서진은 자연스레 유진을 떠올린다. 또 다시 새벽, 서진은 유진이 눌러놓은 엘리베이터 버튼을 끈 뒤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목소리로 유진에게 말을 건넨다.
<순간>은 두 명의 여성을 통해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등 우리의 일상에 도사리고 있는 폭력을 이야기한다. 유진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서진의 행동은 ‘피해자의 연대’를 떠올리게 하고, 상대의 상처를 알아차린 뒤 한 발 다가설 때 시작되는 변화의 ‘순간’을 포착해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