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반침하로 점점 기울어져가는 동네에 홀로 남은 재아. 집 나간 오빠를 기다리며 떠나지 못하는 그는 불안감에 휩싸이고, 재아의 집은 점점 더 기울어진다.
영화는 내내 어딘가 어긋나있는 수평선 위에 위치한 물건들과 재아의 모습을 보여준다. 위태위태한 미장센 그리고 점점 밝혀지는 재아의 마음 한 켠에 위치한 불안의 근원. 감독은 “불안은 우리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 그리고 마침내 우리를 잠식한다”고 연출의도에서 말했다.
재아가 품어온 불안이 ‘집’과 스스로를 어떻게 기울게 하고 마는지를, 압도적인 연출로 특히 미술과 음향으로 분위기를 조성하며 표현해냈다. 인물의 감정을 비유적으로 담아낸 공간 속에서 이민지 배우의 창백한 표정이 더욱 빛을 발한 웰메이드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