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도, 하는 일도 다른 다섯 명의 성폭력 생존자와 인터뷰를 한다. 과거의 기억을 말하는 이들의 눈에는 슬픔, 분노 혹은 체념, 다양한 감정이 깃들어 있다. 각각의 아픈 기억을 들춰보면 힘이 돼주지 못했던 그들 곁의 주변인들의 목소리가 존재한다. 생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인터뷰어는 묻는다. “만약 그 상황을 바꿀 수 있다면, 어떻게 바꾸고 싶으세요?”
누구나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는 것처럼 누구나 피해자의 주변인으로 살아간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홍보를 위해 제작된 이나연 감독의 <생존자의 자리>는 주변인으로서 피해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듣고 지지하면 좋을지, 생존자의 목소리를 빌려 이야기한다. 실제 사례를 근거로 하여 구성된 가상의 인터뷰와 생존자가 상상하여 재구성해본 과거 씬을 보여주면서, 관객에게 ‘연대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묻고 동시에 성폭력 피해 생존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