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증명해내지 못한 2년이란 시간은 주인공 '나'를 갈림길 위에 서게 한다. 친구 성연과 함께 사는 집의 재계약 여부부터, 가족의 압박, 다들 일하며 잘 사는 듯한 친구들의 모습까지. 미완의 소설과 함께 정체되어 있는 건 '나'뿐인가 싶다. 자신이 쓰는 소설 속 소녀도 갈림길에 마주하자 '나'는 좁은 방 한 칸에서 담배에 기대어 소설을 이어가려 하지만, 담배 냄새를 맡고 벌컥 방문을 여는 성연 때문에 그마저도 눈치가 보인다.
한 때 '나'와 함께 소설을 쓰고 '나'에게 담배를 가르쳐줬던 성연. '나'는 그때와 변한 것 없이 같은 자리인 것만 같은데, 2년이란 시간은 어느새 '나'와 성연의 거리를 한참이나 벌려 놓았다. 갈림길에 선 채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던 '나'는 어느새 멀어진 친구들을 보며 자신을 되돌아 보게 된다. 갈피를 못잡고 방황하던 '나' 그리고 소설 속 소녀는 이제 다시 앞으로 나아가려한다.
갈림길에 서있는 청년의 얼굴을 한 여성 캐릭터, 그 존재만으로도 흥미롭고 의미있는 작품. 하지만 언뜻 평범해보이는 청년 서사를 영화 속 소설이라는 장치, 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매끄럽게 담아낸 감독의 능력도 돋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