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연인과의 결혼을 준비하는 혜원. 영화 초반부터 무기력해보이는 혜원은 시댁의 애완거미를 잠시 맡게 되고부터 이상한 일들을 겪는다. 은근하게 혜원을 내려다보는 시댁과 결혼 준비는 뒷전이고 자신의 삶을 사느라 바쁜 남자친구, 여기에 더해 갑자기 집에 찾아온 무례한 손님과 혜원 자신도 이해할 수 없는 삐뚤어진 욕망까지. 혜원의 일상에 갑자기 난입한 애완거미는 자꾸만 찾아오는 불청객들과 함께 점점 그의 심리를 조여온다.
혜원이 겪는 기묘한 상황들을 결혼 준비 과정에서 예민해지는 심리 상태와 엮으면서 장르적인 시도로 풀어낸 신선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 임선우 배우의 표정과 미묘한 뉘앙스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구소정 감독이 밝힌 연출의도 “모멸과 각성”을 떠올리며 영화의 마지막까지 보게 된다면 분명 이 영화가 가진 특별함이 당신에게도 느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