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사회로부터 존재마저 거부당한 채 살아온 소록도의 한센인(나병환자)에 대한 다큐멘터리 <동백아가씨>는 78살의 명랑하고 재치 있는 이행심 할머니의 지난한 삶을 여성의 눈으로 풀어가고 있다. 이행심 할머니는 한센인 부모를 따라 소록도에 들어와 갖은 힘듦을 겪다가 17살에 한센병에 걸린 소록도의 산 증인이다. 역사의 굴레에서 편견과 무지함 없이 작은 배려만 있었다면 평범한 여성으로, 어머니로 살 수도 있었던 그의 삶은 과연 어디서 찾을 수 있을 것인가?
<동백아가씨>는 이행심 할머니의 개인사를 중심으로 한센병 환자를 향한 일제의 비인도적인 만행을 드러내고, 그로 인해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 살아야했던 한센병 환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이행심 할머니의 개인사를 넘어서 한센인을 바라보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이 만들어낸 아픈 역사를 폭넓게 아우르며, 잊어서는 안될 이야기를 우리에게 다시금 상기시킨다.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다큐멘터리로 담아온 박정숙 감독의 작품세계를 잇는 또 하나의 다큐멘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