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길가에 이모 ‘덕순’이 운영하는 24시간 영업 중국집 ‘양자강’이 있다. 비가 자주 내리는 장마철이면 일을 나가지 않는 이들이 삼삼오오 이곳에 들러 술을 마신다. 언뜻 평온해보이는 중국집 양자강의 일상. 하지만 양자강의 2층에는 비밀스런 공간이 숨어있다. 창백한 얼굴로 밤낮없이 양자강에 머무는 한 여자, ‘은미’. 오랜만에 하늘이 맑게 갠 어느 날, 은미는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길을 나선다.
‘양자강’이라는 공간에 제각기 다른 삶들이 조금씩 엉켜 관객들에게 불편하고 또 복잡한 생각을 안기지만, 카메라는 그들의 뒷모습을 비추거나 멀리 떨어져 그저 응시할 뿐이다. 차정윤 감독은 영화의 모티브가 된 실제 경험 속 한 여자를 떠올리며 연출의도를 말했다. “함부로 말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궁금해하고, 천천히 말해보고 싶었다. ‘그 때 그 여자’가 무사하기를 바라며.” 멀찍이서 바라보게 되는 현실의 어떤 순간을 포착하는 차정윤 감독의 섬세한 스토리텔링이 <나가요: ながよ>, <상주>에 이어 또 한번 빛을 발했으며, ‘덕순’과 ‘은미’를 연기한 정은경, 강진아 배우 두 사람의 연기가 형성하는 영화의 묘한 뉘앙스와 팽팽한 긴장감이 매력적인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