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는 얼마 전 소개팅한 남자 재민을 자동차 극장에서 기다린다.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 영화는 시작되지만 그들은 영화에 집중할 수가 없다. 단 둘만 있는 차 안의 공기는 묘하게 뜨겁다. 산골 소녀들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도 야릇하게 보인다.
살구와 재민의 눈빛에선 수시로 불꽃이 튀지만 먼저 마음을 표현하기엔 왠지 쑥스럽다. 영화가 잠시 중단된 사이, 화장실에 갔다 오겠다던 재민은 갑자기 쏟아진 소나기에 온 몸이 흠뻑 젖어 돌아오고, 재민을 보던 살구는 자기도 모르게 읊조린다. “달 같다…”
서툴고 어수룩하지만 상대가 보내는 신호를 결국엔 알아차리는 살구와 재민. ‘어른’들의 연애도 이렇게 귀여울 수 있음을 영화는 말하는 듯하다. <남매의 여름밤> <고백> 등 수많은 영화에서 다양한 얼굴들을 보여준 박현영 배우가 이번엔 두근두근한 멜로 연기를 선보인다. 무표정한 얼굴 위로 보일 듯 말 듯 지나가는 유머러스함이 역시나 인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