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에 북만주의 위안소에 감금되었던 이옥선씨는 전후 50년이 지난 1994년, 긴 침묵을 깨고 14명의 동료들과 함께 일본 정부에 사죄와 개인 보상을 요구했다. 할머니들은 3년간 여러 차례 일본을 방문해 일본군의 범죄를 증언하며 명예와 존엄 회복을 호소했다. 그 투쟁에 재일교포 2세의 여성 감독이 동참해 그들의 한을 영상으로 기록했다.
기록된 증언이란 것은 편집되고 왜곡되기 쉽다. 그렇게 전해진 이야기들을 우리가 ‘온전히’ 듣는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애초에 그 거대한 고통의 시간이라는 것이 말로 다 전달될 수 있는 것일까? 박수남 감독의 카메라는 오랜 시간 침묵 속에 갇혀있던 전쟁과 여성의 역사를 조심스럽게 끄집어내기 시작한다. 말하기와 언어로 다 담을 수 없는 이야기들을 할머니들의 표정과 몸짓 하나하나에 담아낸 소중한 기록 <침묵>. 감독은 오랜 세월 할머니들과 함께하며 얻은 귀한 것들을 엮어낸 ‘살아있는 증인들의 침묵’을 미래로 전한다.
조선인 및 한국인 피폭자의 실태를 담은 기록영화 <또 하나의 히로시마: 아리랑의 노래>(1986)를 발표했다. 그 후 오키나와에 연행된 조선인 군속과 위안부를 주제로 찍은 영화 <아리랑의 노래: 오키나와에서의 증언>(1991)을 제작했다. 이 두 편의 영화는 일본에서 3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