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과거를 알지 못하는 나는, 외갓집 벽에서 우연히 오래된 자국을 발견했다. 나는 할머니에게 그 자국에 대해 물었다. 할머니의 대답은 심드렁하게 이어졌다. 처음으로 할머니의 과거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1980년 광주의 5월. 43살의 양동시장 상인이었던 할머니에게는 어떤 시간들이 지나갔을까, 지금의 무심한 말투만큼 할머니의 기억도 무뎌졌을까. 낡은 벽에 남은 선명한 자국은 그 기억을 간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감독은 '신화'와 '폭동' 사이 어딘가에 있었을 그 날의 할머니를 조심스럽게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