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에겐 어릴 적 기억에 없는 하루가 있다. 그날은 유하가 엄마에게 성숙하단 얘기를 들었던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첫 생리날이다. 28살, 어른이 된 유하는 ‘아빠가 아프다’는 엄마의 연락을 받고 오랜만에 부모의 집을 찾는다. 어쩐지 어둑한 기운이 가득한 집. “유하야” 하고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하지만, 듣는 이의 귀에는 어쩐지 모를 서먹함이 남는다. 그리고 불안과 권태가 동시에 묻어나는 유하의 얼굴, 이 가족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었던 걸까. 유하는, 그리고 엄마는 어떤 시간들을 견뎌야만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