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영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아침이 돼서야 집에 온다. 한숨 자고 또 다른 일을 하러 가야 하지만, 할머니가 크게 틀어놓은 TV 소리에 좀처럼 잠들지 못한다. 집에서조차 마음 편히 쉬지 못해 스트레스가 극도에 달한 선영은 끓어넘치기 직전의 물 주전자처럼 아슬아슬해 보인다.
선영은 괴롭다. 할머니와 둘만 사는 집안의 가장임에도 사회는 그를 ‘새파랗게 어린 여자’로만 보고, 주변에는 무례한 언행을 일삼는 이들 천지다. 고된 노동과 희망 없는 현실, 무거운 어깨는 선영의 삶의 ‘노이즈’가 되어 그를 끝없이 짓누른다.
‘쉬지 못하는 소녀’ 선영을 완벽히 연기해 많은 영화제들에서 연기상을 받은 민소정 배우의 연기가 특히 가슴에 오래 남는다. 선영이라는 캐릭터를 어떠한 가감도 없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우리의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