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박완서는 20세기를 어떻게 기억하며, 형상화 하고 있는가?’ 20세기의 어느 언저리에서 ‘절절매고 있던’ 변영주 감독은, 오랫동안 ‘20세기를 해석해주는 최고의 교과서’였던 소설의 필자, 박완서 작가를 찾아간다. 개성이 고향인 작가 박완서가 한국전쟁과 함께 서울로 온 이후, 소설 속에서 그려낸 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서울의 모습을 돌아보고, 2000년대라는 새로운 세기에 바라보는 서울의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박완서 작가가 말하는 ‘증언의 욕구’와 ‘페미니즘 작가’에 대한 이야기 등이 묘하게 변영주 감독의 발자취들과 오버랩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여성 창작자로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20세기의 대한민국을 살아낸 두 여성이 세대와 장르를 초월하여 교감을 나누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무척 행복한 일이다.
그 때가 언제이든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 <20세기를 기억하는 슬기롭고 지혜로운 방법>은 어쩌면 21세기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현재의 우리에게, 변영주 감독이 2008년 미리 보냈던 편지일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