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헤어진 연인이다. 우리는 여전히 서로에게 남아있는 질문이다. 너와 나의 곳곳에 남아있는 질문들은 우리에게 이름을 부여한다. 너는 나의 이름이고, 나는 너의 목소리다. 너의 질문은 나의 이름이 된다.
이소정, 배꽃나래 감독의 <트러스트 폴>은 1년 반의 연애가 끝나고 4개월 쯤 후에 만들어졌다. 엇갈리는 시선, 정리되지 않는 생각들, 서성거리는 마음과 맴도는 발걸음, 남아 있는 질문들. 하지만 연애가 끝났다는 건 남아 있는 것을 더 이상 당신에게 건네지 않겠다는 선언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이별이 시작된다. 부유하는 마음들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은, 신비로운 카메라.
이소정은 1993년생이며 서울에서 활동한다. 그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상을 기반으로 비-인간적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낸다. 주변을 둘러싼 풍경을 집요하게 관찰하여 가려진 서사를 발견하는 것이 그의 관심사다. 주요작으로 <트러스트폴>(2017), <로맨틱머신>(2019)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