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인 할머니와 50대인 어머니, 그리고 20대인 딸. 3명의 여성이 각기 다른 경험과 꿈을 가지고 한 집 안에서 살고 있다. 열아홉에 시집와서 집안 일만 하다 칠순을 넘긴 할머니는 집안일은 나몰라라 하며 바깥일에만 신경쓰는 며느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일과 사회생활이 너무나도 중요한 엄마의 소원은 딸, 희선이 ‘살을 빼서’ 시집을 가는 것이고, ‘반백수’에 가까운 영화감독 지망생 희선 역시 나름의 고충과 고민이 많다.
해마다 초가을이면 아파트 옥상 한구석에서 연례행사로 치뤄지는 ‘고추 말리기’. 이 행사를 통과하는 할머니와 어머니, 딸의 동상이몽이 유쾌하고 솔직담백하게 펼쳐지고, 같은 시대를 살고 있지만, 전혀 다른 기억과 경험을 간직한 세 여성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족’이라는 복잡미묘한 존재에 대한 통찰을 경험하게 한다.
장희선 감독이 연출·각본·편집을 담당한 이 작품은 1999년 제2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우수상과 관객상을 수상하였고, 야마가타국제다큐영화제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되었다. 16mm 필름카메라와 6mm 디지털 카메라를 동시에 사용하며 극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는 방식의 실험, 거기에 삶과 영화를 하나의 고리로 묶으려는 여성 감독의 야심찬 시도 더해져 90년대를 대표하는 여성영화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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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회 인디포럼 20주년 특별전 상영(2015, 대한민국) 제1회 오!인디풀영화제 상영(2008, 대한민국) 제1회 개관영화제 상영(2007, 대한민국) 제2회 전주국제영화제 다큐멘터리 비엔날레 상영(2001, 대한민국) 제1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섹션1 상영(1999,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