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부산에서 영화를 만드는 여성 학부생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A씨가 던지는 공을 받아주는 사람은 없다. 남성 영화인들은 이따금씩 A씨를 화나게 하는 말을 늘어놓는다. 여성 영화인들과 함께 하려고 기획한 조명 세미나에는 아무도 오지 않는다. 상대없이 던지기만 하는 캐치볼은 계속 반복된다. 그러던 중 늘 들고 다니던 야구공과 관련된 기묘한 일에 휘말린다.
부산이라는 지역, 게다가 ‘영화판’에서 여전히 주변인일 수밖에 없는 여성으로서 감독의 고군분투는 ‘혼자하는 캐치볼’이라는 비유와 절묘하게 닮아있다. 애초에 성립하지 않는 놀이이자, 그 유효함의 끝을 가늠하기 어려운 공허한 도전. 극과 다큐를 오가는 형식은 이 어리둥절한 매력을 배가시킨다.
“여성 영화인들 간의 연대와 존재의 소중함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A씨, 혹은 주민경 감독. ‘이 판’을 바꾸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무심한듯 간절히 던지는 영화. 이제 누군가는 이 공을 받아 다시 던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