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은 강남 은마 아파트에 산다. 아버지는 사업이 힘들어지면서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고, 엄청난 이자 부담에 시달리면서도 집값이 오르리라는 기대를 버리지 못한다.” 본인이 국가와 함께 성장했다고 믿는 아버지, ‘강남 엄마’의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한 어머니에게 아파트는 무너뜨릴 수 없는 자존심이자 시대의 보상이다. 딸(감독)은 그런 부모를 비판적으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그들이 꿈꾸는 성공신화를 힐끗거리게 되는 욕망 또한 숨기지 않는다. 그렇게 <모래>는 개인-가족사를 한국 사회-가족주의 담론까지로 확장시켜내는 데 성공하며, 강유가람이라는 감독의 인상적인 데뷔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