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로안은 도착하자마자 시어머니와 함께 미장원에 온다. 로안은 알아들을 수 없는 낯선 언어로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는 시어머니와 미용사. 로안은 극이 진행되는 내내 자신의 언어로는 한 마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저 두어 번 울어버릴 뿐이다. 그 속내도 우리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감독은 한국에서 살아갈 로안의 삶에 대해 관객이 걱정만 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없어 보인다. 마지막 장면을 본다면 로안이 어떻게든 굳게 살아가지 않을까, 하는 확신마저 든다.
40대 아들을 결혼시키기 위해, 베트남에서 데려왔다는 로안에 대해 시어머니가 일상적으로 내뱉는 언어는 그 자체로 혐오에 가깝다. 또한 이 모든 상황을 바라보는 동네 여성 ‘신은숙’과 ‘강영순’의 대화 속에서도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동남아 국가에 대한 차별적 시선이 드러난다.
로안에게 전해지는 혐오의 언어들은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까지 고스란히 전해져, 한국사회에 녹아있는 은은한 혐오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현실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극에 섬세하게 담아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결혼전야>, <천막>의 이란희 감독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