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깃든 오랜 물건이, 도깨비처럼 생명을 갖고 미련의 산물이 되어 주인공을 괴롭힌다. 자꾸만 주인공의 발걸음을 따라오며 잃어버린 인연에 대한 추억을 잔뜩 남기는, 미련들. <무정>은 차갑고 텅 빈 것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이별의 한때를 생동감 넘치게 표현한다. 특히, 추억과 미련을 귀엽고 사랑스럽게 표현한 작화가 눈에 띈다. 비눗방울 같기도 먼지덩어리 같기도 한 미련을 계속 보고 있자면, 주인공이 그들을 버리지 않기를 나도 모르게 바라게 된다. 사랑이 끝난 후 벌어지는 추억과의 사투를 잘 표현한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