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는 70대 노인 순옥은 어느 날 길거리 캐스팅을 당해 학생 단편영화의 배우로 출연하게 된다. 학생들의 갑작스런 제안에 순옥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나 돈 벌어야 하는데, 그래서 얼마 줘요?”다. 촬영 당일에야 자신이 연기하게 될 캐릭터에 대한 설명을 듣는 순옥. 그가 해내야 하는 역할은 ‘낡고 오래된 방에서 혼자 쓸쓸하게 죽어가는 노인’이다.
난생처음 연기라는 걸 해본 순옥은 감독의 디렉팅을 이해하지 못하고, 학생들은 점차 지쳐간다. 애가 탄 감독은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말한다. “통증, 고통에 힘들어했던 사람들을 하나하나씩 떠올려보세요.” 이윽고 순옥은 집안에 혼자 남아있는 누군가를 떠올린다.
영화는 ‘삶과 죽음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비참함과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킬 권리에 대한 화두를 조심스레 던진다. 순옥이 선택한 마지막 ‘씬’에 가만히, 그러나 아프게 고개가 끄덕여지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