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에 무대에 대한 열망은 있지만 육아와 남편 뒷바라지로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혜림. 남편 덕주는 꾸준히 커리어를 쌓으며 주연급 배우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어느 날, 남편의 다음 작품을 위한 미팅 장소까지 운전을 해주는 혜림의 마음은 복잡하다. 미팅 장소에서 멀찍이 떨어져 세 남자의 회의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던 혜림은 정해지지 않은 여배우 배역에 귀가 솔깃하여 자신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자신이 해보겠다고 말해버린다.
언뜻 평화로워 보이는 혜림과 덕주의 결혼 생활, 그 이면에는 한 사람의 희생이 강요되는 현실이 숨어있다. 가사와 육아는 여성의 몫으로 강요되고, 자연스레 여성의 커리어는 단절된다. 같은 꿈을 가졌던 이들이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보일 때, 둘째를 안고서 세 남자의 회의를 멀찍이서 보는 혜림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결혼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는 여성의 삶을 다큐멘터리처럼 현실감 넘치는 연출로 담아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