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는 어느 외국인 감독의 방한 특별 시사회 후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 시간. 무슨 일인지 관객뿐만 아니라 감독마저도 진이 빠진 모습인데, 유독 한 명의 관객만이 신이 나서 질문을 해댄다. 멈출 줄 모르는 장황한 질문 공세에 통역자는 땀이 삐질 흐르지만, 이 곤란한 상황을 어떻게든 헤쳐 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집요하게 답을 요구하는 관객과 그의 말을 공들여 전할 수밖에 없는 통역자, 그리고 시큰둥한 태도의 감독. 그들 사이에는 왠지 모를 어색함과 불협화음이 지속된다. 어디선가 한 번쯤은 경험했을 ‘GV 빌런’의 질문 공격은 자꾸만 실소가 터지게 하고, 과연 이 자리가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유머러스하지만 날카로운 뼈가 있는 정은경 감독의 독특하고 세련된 화법이 돋보이는 작품. <오늘의 뉴스>와 함께 관람하면 그의 매력을 더 선명히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